➣ 키보가미네 학원

 키보가미네 학원,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을 ‘초고교급’ 재능인으로 양성하는 고등학교입니다. 키보가미네는 설립 당시부터 다수의 재능인들을 성공적으로 배출해 낸 만큼 세계적으로 유일한 재능인 양성 전문 학원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으며, 키보가미네의 모든 졸업생은 일본 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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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 사건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전 세계를 송두리째 뒤집어 놓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단 한 명의 초고교급의 손에 의해 벌어진 ‘인류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 일명 ‘절망 사건’은 그야말로 세상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크나큰 여파를 일으켰습니다. 당시 키보가미네 학원으로부터 발생한 ‘초고교급 절망’은 많고도 많은 사람을 절망에 빠뜨렸고, 그런 식으로 절망에 감화된 이들은 손쉽게 세상을 무너뜨렸습니다. 사람은 떼거지로 죽어가고, 건물은 남는 것 하나 없이 파괴되고, 그럴수록 절망은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망가져 갔습니다.

 

 절망 사건의 영향은 키보가미네 학원 또한 피할 수 없었습니다. 수많은 재능인들이 절망에 물들고, 학원 건물마저 절망을 퍼뜨리는 매개체가 되어버린 상황에 운영을 제대로 이어 나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물론 모든 사람이 절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절망 사건이 발발한 이후, 살아남은 초고교급 재능인들은 아직 절망에 빠지지 않은 생존자들을 모아 ‘미래기관’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설립하였습니다.

 

 미래기관은 절망에 대항하고 망가진 세계를 복원하는 데에 전념을 다 했고,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 세상에 뿌리를 내린 대부분의 절망을 축출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는 빠르게 재건되었고,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 절망이 퍼지기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절망 사건은 역사의 일부로 남게 되었고, 50년이 지난 지금 대다수의 사람은 절망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키보노호시 학원

 세계가 재건됨에 따라, 키보가미네 학원도 운영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전과 다른 점은, 미래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절망에 대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원 내에서 초고교급 절망이 발생한 선례가 있는 만큼, 기존의 체제만으로는 불안정하다고 판단한 키보가미네 학원은 미래기관으로부터 새로운 학원장을 내세워 차세대 재능인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기존 운영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기관이 전문적으로 학원 운영에 개입하게 되면서 절망 사건 이후 배출되는 재능인은 ‘신세대’로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발표 이후, 학원 측은 훼손된 건물을 뒤로하고 신축 건물을 세워 ‘키보노호시’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것은 곧 키보가미네 학원의 이명이자 새로운 이름이 되었습니다.

 

➣ 졸업식 전야제

 기수가 늘어날수록 재능인들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도중, 드물게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모였다는 소문이 떠돌며 이목이 쏠린 적이 있습니다. 그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키보노호시 99기생입니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수많은 관심 속에 키보노호시 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머지않아 우리는 자랑스러운 키보노호시의 99기 졸업생으로서 교문을 나설 예정입니다. 졸업식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학원을 졸업한 뒤, 모두가 재능을 펼치기까지 멀지 않은 시기입니다. 입학할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니, 이제 그 기대를 돌려주러 갈 차례겠지요.

 

 오늘 우리가 학교에 모인 까닭은 단순합니다. 곧 졸업식이고, 학교에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3학년끼리 모여 따로 인사할 시간을 갖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 다른 학년들은 이미 방학을 맞이했기에 학교에는 우리뿐입니다. 추억을 되새길 시간은 충분하겠죠.